아침 알람을 끄고 눈을 떴는데, 몸이 개운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죠. “어젯밤 분명히 일찍 잤는데…”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 꽤 많으실 겁니다. 충분히 잤다고 생각하는데도 낮에 졸음이 쏟아지고, 집중력이 뚝 떨어지는 경험 — 저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한동안 이 문제로 꽤 고생했습니다.
사실 핵심은 “얼마나 오래 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잤느냐”에 있더라고요.
수면 시간은 충분한데 왜 피곤한 걸까?
미국 국립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에 따르면,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은 7~9시간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시간을 채워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에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근영 교수팀이 13,164명을 15년 이상 추적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도, 단순히 수면 시간만이 아니라 수면의 질이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루 7~8시간 수면군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지만,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수면의 질에 따라 건강 지표가 크게 달라졌거든요.
결국 잠을 “얼마나” 자느냐만큼, “어떻게” 자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은 누구일까요?
수면의 질을 망치는 3가지 습관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알면서도 실천이 안 되는 게 문제죠.
스마트폰을 베개 옆에 두고 자는 습관.
잠들기 직전까지 영상을 보다가 스르르 잠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요.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합니다. 거기에 영상 소리가 계속 재생되면 수면 중에도 뇌가 완전히 쉬지 못하게 되죠.
잠들기 전 음주
술을 마시면 빨리 잠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알코올은 수면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립니다. 깊은 수면(REM 수면) 단계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8시간을 자도 4시간 잔 것 같은 피로감이 남게 됩니다.
불규칙한 수면 스케줄.
주중에는 새벽 1시에 자고 주말에는 몰아서 자는 패턴, 익숙하시죠? 이런 불규칙한 수면은 생체 리듬을 교란시켜 소위 “수면 부채”를 쌓게 합니다. 레즈메드(ResMed)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50%가 불규칙한 수면 습관을 갖고 있다고 해요.
더 흥미로운 건, 이 수면 부채가 한 번에 갚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늘 밤부터 시작할 수 있는 수면 개선 루틴
거창한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잠들기 전 10분만 투자해도 체감할 수 있는 차이가 있어요.
일정한 기상 시간을 지키세요.
서울대병원 수면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원칙이 바로 이겁니다. 전날 늦게 잤더라도 아침에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수면압을 높여 그날 밤 더 깊이 잘 수 있게 해줍니다. 단, 눈만 뜨는 게 아니라 몸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점이 포인트예요.
잠들기 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해보세요.
대한수면연구학회 정기영 회장(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에 따르면, 자기 전 목과 어깨 근육을 가볍게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혈액순환이 개선되고 신체가 자연스럽게 이완 상태로 들어갑니다. 격렬한 운동이 아니라 2~3분의 부드러운 스트레칭이면 충분합니다.
수면 환경을 정리하세요.
방을 어둡게 하고, 전자기기를 멀리 두고, 실내 온도를 서늘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 수면의 질은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요즘은 수면 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는 조명이나 공기청정기 같은 제품도 다양하게 나와 있더라고요.
감사 일기를 써보세요.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 감사했던 일 2~3가지를 적어보는 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데 의외로 큰 효과가 있습니다. 하루 동안 쌓인 걱정을 내려놓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잠드는 습관은 수면의 질뿐 아니라 전반적인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됩니다.
낮 시간 습관도 밤잠에 영향을 줍니다
수면의 질은 밤에만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낮 동안의 생활 습관이 밤잠의 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요.
낮에 햇빛을 충분히 쬐세요.
햇빛은 저녁 시간대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재택근무나 실내 생활이 많은 분들은 의식적으로 점심시간에 10~15분만 밖에 나가 걸어보세요.
카페인은 오후 2시 이전까지만.
카페인의 반감기는 약 5~6시간입니다. 오후 늦게 마신 커피 한 잔이 밤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요.
낮잠은 20분을 넘기지 마세요.
점심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30분이 넘는 낮잠은 밤잠에 영향을 주고, 오히려 수면 리듬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졸릴 때는 커피 대신 15~20분의 짧은 낮잠이 스트레스 해소와 업무 효율 모두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혹시 이런 방법들을 실천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면 패턴을 객관적으로 확인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요즘은 스마트워치나 수면 측정 앱으로 자신의 수면 단계와 효율을 체크할 수 있는 서비스가 꽤 잘 나와 있더라고요.
잠이 바뀌면 하루가 바뀝니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건, 결국 삶의 질을 높이는 일입니다.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하루와 피곤한 채로 시작하는 하루는 생산성도, 기분도, 건강도 완전히 다르니까요.
오늘 밤, 스마트폰을 침대에서 조금 멀리 두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작은 변화 하나가 내일 아침을 바꿔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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