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본 캠핑은 참 낭만적이었습니다. 모닥불 앞에서 커피 한 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아침에 눈을 뜨면 코끝을 스치는 숲 냄새. 그런데 막상 첫 캠핑을 다녀오면 현실은 좀 다릅니다. 텐트 설치하다 진이 빠지고, 밤새 추위에 떨고, 집에 와서는 "다시는 안 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사실 캠핑 자체가 힘든 게 아니라, 준비를 제대로 못 한 것이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캠핑 경험자들 사이에서는 이걸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표현하는데요. 오늘은 첫 캠핑을 앞둔 분들이 반드시 피해야 할 실수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 번 읽어두시면 첫 캠핑의 만족도가 확 달라질 거예요.
1. 장비부터 풀세트로 사는 실수
캠핑을 결심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장비 쇼핑입니다. 텐트, 타프, 테이블, 의자, 랜턴, 버너, 코펠… 목록을 만들다 보면 수십 개가 됩니다. 그리고 이걸 한 번에 다 사면 최소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이상이 순식간에 나갑니다.
문제는 캠핑이 자신에게 맞는지도 모른 채 큰돈을 쓰게 된다는 점입니다. 초보 캠퍼의 약 절반은 한두 번 다녀온 뒤 캠핑을 접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인데요. 기껏 산 장비가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거나 중고로 헐값에 나오는 건 흔한 일입니다. 첫 캠핑은 장비가 갖춰진 글램핑장을 이용하거나, 캠핑 장비 대여 서비스를 활용해 보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혹은 캠핑을 즐기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한 번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2. 텐트 설치 연습 없이 현장에 가는 실수
캠핑장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텐트 박스를 여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설명서를 보면서 더듬더듬 설치하다 보면 한두 시간은 금방 지나갑니다. 뙤약볕이나 칼바람 아래에서 이 과정을 겪으면 체력이 완전히 바닥나고, 정작 캠핑을 즐길 여유는 사라져 버립니다.
텐트는 반드시 출발 전에 집 근처 공원이나 마당에서 한 번 세워보세요. 어떤 순서로 폴대를 끼우는지, 펙은 어떻게 박는지, 스트링은 어떻게 거는지를 몸으로 익혀두는 것만으로 현장에서의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듭니다. 참고로 텐트 스트링은 단조펙에 '걸어서' 사용하는 것이지, 카라비너로 고리에 거는 것이 아닙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바람에 텐트가 날아갈 수 있어요.
3. 바닥 조건을 확인하지 않는 실수
캠핑장 사이트에는 파쇄석, 나무데크, 잔디, 흙바닥 등 다양한 바닥 조건이 있습니다. 이걸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꽤 당황할 수 있습니다.
파쇄석 바닥은 인공적으로 깨트린 작은 돌이 깔려 있는 형태인데, 모서리가 날카로운 경우가 많아서 맨발로 다니면 다칠 수 있고, 텐트 바닥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무데크는 쾌적하고 평평하지만, 전용 펙이 필요하고 텐트 크기가 데크보다 크면 설치 자체가 어렵습니다.
예약할 때 캠핑장에 바닥 조건을 확인하고, 내 텐트 사이즈와 데크 면적이 맞는지 미리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그라운드시트(텐트 밑에 까는 방수 시트)도 바닥 조건에 따라 꼭 챙겨야 할 필수 아이템입니다.
4. 일교차를 무시하는 실수
봄·가을 캠핑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이것입니다. 낮에 따뜻하다고 얇은 옷만 챙겨갔다가 밤에 추위에 떨게 되는 건 캠핑 초보의 클래식한 경험담이에요.
야외에서 잠을 자면 실내보다 체감 온도가 훨씬 낮습니다. 특히 새벽 시간대에는 텐트 안이라 해도 상당히 춥기 때문에, 침낭의 적정 온도 스펙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예상 최저 기온보다 5도 정도 낮은 적정 온도의 침낭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옷도 레이어링(겹쳐 입기) 전략이 중요합니다. 낮에는 벗고 밤에는 입을 수 있도록 얇은 옷 여러 벌과 두꺼운 외투를 함께 챙기세요. 그리고 이너 매트가 없으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 때문에 침낭이 아무리 따뜻해도 잠을 설칠 수 있습니다. 이너 매트는 텐트만큼이나 중요한 장비예요.
5. 텐트 안에서 요리하는 실수
날씨가 춥거나 비가 오면 텐트 안에서 버너를 켜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밀폐된 텐트 안에서 가스 버너를 사용하면 일산화탄소 중독의 위험이 있습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여서 본인이 중독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해마다 캠핑장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소방청에서도 텐트 내 화기 사용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조리는 반드시 환기가 되는 야외에서 하고, 부탄가스는 불에서 멀리 보관하세요. 겨울 캠핑에서 난방을 위해 텐트 안에서 화기를 쓸 경우에는 반드시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고, 환기구를 확보해야 합니다.
6. 날씨 확인을 소홀히 하는 실수
출발 당일 아침에만 날씨를 확인하는 분들이 많은데, 캠핑은 최소 2~3일 전부터 기상 예보를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강 주변이나 계곡 근처 캠핑장은 갑작스러운 폭우에 수위가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물가에서 야영할 때는 반드시 충분히 떨어진 곳에 텐트를 설치해야 하고, 비 예보가 있다면 계곡 캠핑은 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비가 올 때를 대비해서 타프(방수 천)를 준비해두면 비를 맞지 않고 조리와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훨씬 여유로운 캠핑이 가능합니다.
7. 상비약과 비상용품을 빠뜨리는 실수
캠핑장은 도심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국이나 병원까지 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곳도 흔한데, 이런 상황에서 배탈이 나거나 벌에 쏘이거나 작은 상처가 생기면 꽤 곤란해집니다.
기본 상비약(소화제, 지사제, 해열제, 화상연고, 밴드, 소독약)은 반드시 챙기세요. 그리고 야외에서는 벌레와의 조우가 불가피하므로 해충 기피제도 필수입니다. 혹시 모를 응급 상황에 대비해서 캠핑장 근처 병원 위치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도 잊지 마세요.
특히 봄·여름철에는 진드기 물림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니 풀밭에 앉을 때는 돗자리를 깔고, 긴팔·긴바지를 입는 것이 안전합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서도 캠핑 시 기본 상비약 준비와 근처 병원 확인을 필수 주의사항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처음이라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위에 나열한 실수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결국 "준비의 문제"입니다. 캠핑은 자연 속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미리 알고 대비하면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어요.
첫 캠핑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순서를 추천드립니다.
① 체험 먼저 — 글램핑장이나 장비가 세팅된 캠핑장에서 캠핑 자체가 나에게 맞는지 확인해 보세요.
② 최소 장비로 시작 — 텐트, 침낭, 매트, 랜턴, 버너, 코펠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직접 해보면서 필요한 것을 하나씩 추가하세요.
③ 계절 선택 — 초보라면 한여름과 한겨울은 피하고, 봄 또는 가을의 선선한 시기에 시작하는 것이 적응하기 좋습니다.
④ 시설 좋은 캠핑장 선택 — 매점, 화장실, 샤워실이 잘 갖춰진 캠핑장에서 시작하면 깜빡한 물건도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캠핑의 매력은 불편함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에 있습니다. 석양이 지는 하늘, 장작이 타는 소리, 텐트 밖에서 듣는 새소리. 이런 순간들은 준비가 잘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첫 캠핑, 실수 없이 즐겁게 다녀오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