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레고 한 세트 사줘 본 적 있으신가요? 요즘은 아이 것만 사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조립하겠다고 레고를 구매하는 어른들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거실 한쪽에 완성된 레고 보태니컬 꽃다발을 장식해 두거나, 서재에 레고 건축물 시리즈를 진열해 놓은 집도 심심찮게 보이고요.
그런데 이런 현상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었다는 걸, 레고 그룹의 최신 실적이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장난감 회사가 17조 원을 벌었다고요?
덴마크 빌룬트에 본사를 둔 레고 그룹이 2025년 연간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한마디로 '역대급'이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835억 덴마크 크로네, 한화로 약 17조 원에 달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8% 늘어난 220억 크로네(약 4조 6천억 원), 순이익은 무려 21%나 성장한 167억 크로네(약 3조 5천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닐스 크리스티안센 CEO는 실적 발표에서 "혁신적인 제품 포트폴리오와 강력한 브랜드 파워, 효과적인 운영 모델이 높은 수요를 이끌었다"고 밝혔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수치의 맥락입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완구 시장 전체의 성장률은 약 7%였습니다. 레고의 소비자 판매 성장률은 16%로, 시장 평균의 두 배를 넘겼습니다. 경쟁사인 마텔이나 해즈브로가 고전하는 사이, 레고 혼자서 질주한 셈입니다.
레고는 어떻게 장난감 시장의 불황을 비껴갔을까
완구 업계는 사실 팬데믹 특수가 끝난 뒤 3년 연속 역성장을 겪었습니다. 2025년에야 겨우 반등에 성공했는데, 그 와중에도 레고는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역대 최대 규모의 신제품 라인업입니다.
레고는 2025년 한 해에만 사상 최다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상반기에만 314종의 새로운 세트가 나왔는데, 이것만으로도 이전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레고 시티, 테크닉, 스타워즈, 아이콘즈, 보태니컬 등 다양한 라인이 골고루 인기를 끌었습니다.
둘째, 성인 팬 시장의 폭발적 성장입니다.
레고 업계에서는 성인 레고 팬을 AFOL(Adult Fan of LEGO)이라고 부릅니다. 전 세계 AFOL의 수는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연간 레고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레고 보태니컬 시리즈의 꽃다발, F1 레이싱 카, 유명 건축물 조립 세트 등은 명백하게 성인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들입니다. 조립 과정 자체가 일종의 마음챙김(mindfulness) 효과를 준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면서, '어른의 취미'로서 레고의 입지가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셋째, 글로벌 오프라인 매장 확장입니다.
레고 브랜드 리테일 스토어와 레고닷컴은 2025년에 역대 최다 방문객을 기록했고, 고객 만족도 점수도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특히 중국, 인도 등 레고 문화가 상대적으로 덜 퍼진 지역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려,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실적 못지않게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레고 브릭에 사용되는 재생 가능·재활용 소재의 비율이 2024년 33%에서 2025년 52%로 크게 뛰어올랐다는 점입니다. 불과 1년 만에 19%포인트나 상승한 것이죠.
레고 그룹은 새로운 공장 건설과 기존 시설 업그레이드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2025년 잉여현금흐름은 108억 크로네(약 2조 3천억 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높은 영업이익에 힘입은 결과이면서 동시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병행한 상태에서 나온 수치입니다.
미국 버지니아에 신규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서 북미 시장 공급 효율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단순히 잘 팔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과 지속가능성까지 동시에 챙기고 있는 것이 레고의 저력입니다.
그래서, 레고의 인기 테마 TOP 5는?
2025년 가장 많이 팔린 레고 테마도 함께 공개되었습니다.
1위는 부동의 레고 시티(LEGO City)였습니다. 도시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놀이 세트는 어린이 고객에게 여전히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2위는 레고 테크닉(LEGO Technic)으로, 실제 차량과 기계의 구동 원리를 체험할 수 있어 성인 팬들 사이에서도 꾸준한 수요가 있습니다.
3위는 레고 스타워즈(LEGO Star Wars)입니다. 1999년 첫 출시 이후 20년 넘게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소장 가치가 높은 한정판 세트는 리셀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입니다.
4위는 레고 아이콘즈(LEGO Icons)로, 에펠탑, 타이태닉 등 유명 건축물과 문화 아이콘을 정교하게 구현한 시리즈입니다. 완성 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5위는 레고 보태니컬(LEGO Botanicals)이 차지했습니다. 꽃다발, 다육식물, 분재 등을 레고로 만드는 이 시리즈는 출시 이후 성인 여성 고객층을 크게 확대한 효자 라인입니다.
40대 이상이라면 주목할 포인트
"레고는 어린이 장난감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셨다면, 지금의 레고는 꽤 달라졌습니다.
요즘 레고는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어른의 취미'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레고 그룹의 자체 조사에서는 성인의 약 80% 이상이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블록을 하나하나 맞추는 과정에 집중하다 보면, 일상의 복잡한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녀와 함께 조립하는 시간은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소통하는 가족 활동이 되기도 합니다. 손주에게 레고를 선물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만드는 조부모 세대도 늘어나고 있고요.
그리고 혹시 레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레고 공식 사이트의 '어른이 환영(Adults Welcome)' 카테고리를 한번 둘러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건축, 자동차, 식물, 예술 작품 등 성인 취향에 맞춘 다양한 세트가 있더라고요.
https://www.lego.com/ko-kr/categories/age-18-plus-years
레고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92년 역사의 플라스틱 블록 회사가 디지털 전성시대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장난감을 잘 만든다는 의미를 넘어섭니다.
핵심 가치에 집중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그리고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 레고의 2025년 실적은 이 세 가지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올해도 레고 그룹이 어떤 새로운 세트와 전략으로 시장을 놀라게 할지, 주목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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