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2

계약 잘하는 영업사원, 이유가 있었다 – 제품만 좋다고 팔리는 게 아닙니다

같은 회사, 같은 제품, 같은 가격인데 누군가는 매달 계약을 따내고 누군가는 고전합니다. 대체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우리 제품이 좋으니까 알아서 팔리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영업은 이미 절반쯤 실패한 셈입니다. 실제로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도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반대로 경쟁 제품보다 조건이 불리한데도 꾸준히 성과를 내는 영업사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차이를 만드는 건 정확히 무엇일까요?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원이었던 R. Thomas Ryal과 Michael D. Davis는 600명의 영업사원을 분석해 8가지 스타일로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높은 성과를 내는 상위 3개 스타일은 '전문가', '클로저', '컨설턴트'였습니다. 공통점은 명확했습니다. 이들은 제품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팔지 않고 사게 만드는 첫 번째 원칙 – 고객보다 고객을 더 잘 아는 것

계약을 잘 따내는 영업사원의 가장 큰 특징은 미팅 전 준비량이 압도적이라는 점입니다.

롯데렌탈에서 매년 선발하는 최우수 영업사원 '렌트마스터' 중 한 명인 운종현 매니저는 자신의 경쟁력을 '준비성'이라고 꼽았습니다. 새로운 정책과 상품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고, 조건과 혜택을 세부적으로 숙지하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이건 단순히 자사 제품을 줄줄 외우는 것과는 다릅니다. 고객사의 업종 특성, 최근 이슈, 구매 프로세스, 그리고 실질적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까지 파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유능한 영업사원은 무조건 높은 직급의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구매 프로세스에서 영향력을 가진 실무부서 책임자를 공략합니다. 실무 담당자에게 구매의 정당성을 설득해서, 그들이 자기 회사의 의사결정권자를 움직이게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심리학이 증명한 영업의 과학 – 설득은 기술이지 재능이 아닙니다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서 사람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6가지 원칙을 정리했습니다.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희소성이 그것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원칙들이 실제 영업 현장에서 그대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상호성의 원칙은 "먼저 주면 돌려받게 된다"는 심리입니다. 계약을 잘하는 영업사원은 처음부터 계약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고객에게 유용한 업계 동향 자료를 정기적으로 보내거나, 당장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경쟁사 대비 분석 리포트를 만들어주는 등 먼저 가치를 제공합니다. 한 인터넷 광고 업체 영업사원은 8년간 반응이 없던 고객사에 1년 내내 해당 산업의 성공적인 광고 사례를 스크랩해서 보냈고, 결국 큰 계약을 따낸 사례도 있습니다.

일관성의 원칙도 강력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한 번 밝힌 입장에 맞춰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련한 영업사원은 첫 미팅에서 "현재 어떤 부분이 가장 불편하신가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고객이 스스로 문제를 이야기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제안을 했을 때 거절하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사회적 증거의 원칙도 실전에서 자주 쓰입니다. "같은 업종의 A사에서 도입 후 운영비용을 30% 줄였습니다"라는 한 마디는 어떤 프레젠테이션보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사람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강하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소통'이라는 말이 진부하지만, 결국 핵심은 그겁니다

롯데렌탈 렌트마스터에 선발된 김동진 대리는 핵심 키워드로 '소통'을 꼽았습니다. 그는 렌터카 영업사원의 역할을 "고객과 회사, 제조사 사이에서 문제를 조율하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통'이 단순히 말을 잘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진짜 소통 능력은 듣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최신 영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영업 담당자의 81%는 요즘 고객들이 영업사원과 만나기 전에 이미 상당한 조사를 해온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고객이 이미 아는 정보를 반복하는 건 오히려 역효과입니다. 고객이 스스로 찾을 수 없는 인사이트, 업계 내부 정보, 혹은 다른 고객사의 실제 경험을 공유할 때 비로소 대화에 가치가 생깁니다.

신입 영업사원이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가 바로 질문 없이 바로 제품 소개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반면 경험 많은 영업사원은 전체 미팅 시간의 절반 이상을 질문과 경청에 할애합니다.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계약을 가져갑니다

계약을 잘하는 영업사원의 또 다른 공통점은 고객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렌트마스터 김성용 수석은 '선제적 대응'을 자신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고객이 문제를 인식하기 전에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다가가는 방식입니다.

이건 무작정 연락을 자주 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시장의 변화, 고객사의 상황 변동, 새로운 규제나 정책 등을 모니터링하다가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타이밍에 연락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이런 정책이 바뀌는데, 귀사에는 이런 영향이 있을 수 있어서 미리 알려드립니다" 같은 연락은 어떤 영업 스크립트보다 효과적입니다.

유능한 영업사원은 기존 고객 유지에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합니다. 계약이 끝나고 나서도 주기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과, 계약 갱신 시기에만 연락하는 사람. 다음 계약을 따내는 건 당연히 전자입니다.

거절을 다루는 방식이 성과를 결정합니다

영업에서 거절은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입니다. 어떤 연구에서든 영업 활동의 대다수는 거절로 끝납니다.

차이는 거절 이후에 나타납니다. 성과가 높은 영업사원은 거절을 개인적인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대신 "이번 거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분석합니다. 타이밍이 안 맞았는지, 의사결정자를 잘못 파악했는지, 아니면 고객의 진짜 니즈를 놓쳤는지를 복기합니다.

롯데렌탈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듯, 한 고객사에 차량 30여 대를 긴급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조사 납품이 지연되는 위기가 있었지만, 내부 팀과의 빠른 협업으로 납기를 맞춰낸 경험이 오히려 장기 거래 관계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다음 계약의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영업은 '사람의 일'입니다

정리하면, 계약을 잘하는 영업사원에게는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이 있습니다.

첫째, 제품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에 집중합니다.

둘째, 미팅 전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합니다.

셋째, 먼저 가치를 제공하고, 그 후에 제안합니다.

넷째, 고객의 말을 경청하고, 스스로 찾지 못하는 정보를 전달합니다.

다섯째, 거절에서 배우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합니다.

제품의 품질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동일한 제품을 들고 나가도 성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결국 '사람'에 있습니다. 고객이 신뢰하는 건 브로슈어가 아니라 그것을 들고 온 사람이니까요.

치알디니의 말처럼, 설득은 재능이 아니라 과학입니다. 배울 수 있고, 연습할 수 있으며, 누구나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오늘의 거절에서 내일의 계약을 위한 한 가지 교훈을 가져가는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참고 자료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21세기북스
헤럴드경제, 「'렌트마스터' 영업 비결 공유」
R. Thomas Ryal & Michael D. Davis, 영업사원 스타일 분석 연구
Salesforce, 「B2B 영업의 정의 및 전략과 모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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