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2

전자파 차단 식물, 진짜 효과 있을까? 과학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과 그래도 식물을 놓아야 하는 이유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일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이 전자파, 내 몸에 괜찮은 건가?” 특히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컴퓨터, 스마트폰, 와이파이 공유기까지 — 사방이 전자기기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고 있죠.


그래서인지 “전자파 차단 식물”을 검색하면 산세베리아, 스투키, 선인장 같은 이름이 쏟아집니다. “컴퓨터 옆에 놓으면 전자파를 흡수한다”는 이야기,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이 이야기, 정말 사실일까요? 이 글에서는 국립전파연구원의 실험 결과와 실제 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팩트를 정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가치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선인장이 전자파를 막아준다”는 이야기의 시작

이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CRT 브라운관 모니터를 사용하던 시절, 모니터 옆에 선인장 화분을 놓아두면 전자파를 흡수해준다는 속설이 퍼졌습니다. 선인장이 수분 함량이 높아서 전자파의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논리였죠.


이 이야기가 힘을 얻은 데는 “식물 내부의 물 분자가 전자파의 진동에너지를 흡수한다”는 원리가 있었어요. 전자레인지가 2.45GHz 주파수로 물 분자를 진동시켜 열을 내는 것처럼, 수분이 많은 식물도 비슷한 원리로 전자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실험 결과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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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전파연구원이 직접 실험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국립전파연구원(현 국립전파연구원, RRA 산하)은 LED TV 앞에 선인장을 배치하고 전기장과 자기장의 차폐 효과를 직접 측정했어요.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측정 조건                              | 전기장 수치 (V/m)|

|----------------------|-----------------|

|선인장 없을 때 (30cm 거리)  | 4.988       |

|선인장 중앙에 3개 배치         | 5.174       |

|선인장 양쪽에 2개 배치         | 4.810       |


선인장을 놓았을 때 오히려 수치가 올라간 경우도 있었고, 가장 좋은 경우에도 의미 있는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어요. 국립전파연구원은 공식적으로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 “숯이나 선인장은 전자파를 줄이거나 차단하는 효과가 없다. 전자파는 거리에 따라 급격히 감소하므로, 안전거리(약 30cm)를 준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 — 국립전파연구원 전자파 가이드라인


참고로 시중에 판매되는 전자파 차단 필터(콘센트 부착형)도 실험 결과 차단 효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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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 속설이 계속 퍼질까?


사실 완전히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한국원예학회에 게재된 손기철 교수팀의 논문(2000)을 보면, 좀 더 복잡한 결과가 나옵니다.


이 연구에서는 컴퓨터 모니터에서 발생하는 ELF·VLF 대역의 전자파에 대해 다양한 식물의 차폐 효과를 측정했어요. 소형 분식물(선인장 포함)의 경우 자계(자기장) 차단 효과는 전혀 없었지만, 배치 방법에 따라 전계(전기장)에서는 약간의 감소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부분이에요. 초장(키)이 1m 이상인 대형 관엽식물을 모니터 옆에 배치하고, 전자파 차단 보안기의 접지선을 화분 토양에 연결했을 때, 전자파를 TCO 규정치 이하로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겁니다. 다만 이 조건은 접지선 연결이라는 특수한 설정이 필요했고, 식물 단독으로는 규정치 이하까지 낮추지 못했어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조건             |자기장 차단|전기장 차단       |

|---------------|------|-------------|

|소형 선인장         |효과 없음 |거의 없음        |

|소형 분식물 (배치 최적화)|효과 없음 |약간 있음        |

|대형 관엽식물 + 접지선  |—     |TCO 규정치 이하 달성|

|대형 관엽식물 단독     |—     |규정치 이하 미달    |


책상 위 미니 선인장 하나로 전자파를 막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이에요.



전자파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자파는 정말 걱정해야 할까요? 국립전파연구원의 입장은 꽤 명확합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의 전자파 세기는 국제 안전기준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30cm만 떨어져도 급격히 감소한다는 거예요.


실제로 전자레인지 전자파 측정 결과를 보면, 0cm에서 190mG이던 자기장이 30cm에서 29.31mG, 50cm에서 12.50mG, 1m에서 3.40mG로 떨어집니다. 국제 안전기준은 833mG이니까, 일상적인 거리에서는 기준치의 수십 분의 1 수준인 셈이죠.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자파를 “발암 가능성 물질(Group 2B)“로 분류한 건 맞지만, 이 등급에는 커피와 피클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2016년 커피는 이후 재평가되어 목록에서 제외되었어요.)


하지만 전자파 걱정보다 실제로 건강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따로 있어요. 바로 실내 공기질입니다.


전자파 차단은 못해도, 공기정화는 확실합니다


여기서부터가 식물의 진짜 이야기예요.


미국 NASA는 1989년 우주정거장의 공기정화를 위해 실내식물의 오염물질 제거 능력을 연구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밀폐된 공간에서 식물이 포름알데히드,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제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국내에서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이 연구를 이어받아 한국 실정에 맞는 공기정화 식물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식물의 공기정화 원리는 크게 두 가지예요.


첫째, 잎과 뿌리 주변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흡수·분해합니다. 잎에 흡수된 오염물질은 광합성 과정에서 대사산물로 이용되고, 토양으로 이동한 것은 뿌리 부분의 미생물이 제거해요.


둘째, 음이온, 산소, 수분 등의 방출물질이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만듭니다. 증산작용을 통해 공중습도를 높이고, 주변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죠.


2016년 농촌진흥청 연구에서는 산호수를 놓은 방의 초미세먼지(PM 2.5)가 4시간 만에 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빈 방에서는 같은 시간 동안 44%만 줄어들었으니 확실한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어떤 식물을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공간별로 추천하는 식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거실 — 공간이 넓고 밝으니 1m 이상의 대형 식물이 좋아요. 아레카야자는 하루에 약 1리터의 수분을 내뿜어 천연 가습기 역할을 하고,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도 뛰어납니다. 인도고무나무, 드라세나, 디펜바키아도 좋은 선택이에요.


서재/작업 공간 — 음이온이 많이 발생하는 식물이 적합합니다. 산세베리아는 다른 식물 대비 음이온을 많이 발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밤에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CAM 식물이라 24시간 일하는 셈이에요. 관리도 정말 쉽습니다. 겨울에는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줘도 돼요.


침실 — 밤에 탄소동화작용을 하는 식물이 좋습니다. 호접란, 선인장, 다육식물 등이 여기에 해당해요. 이 식물들은 일반 식물과 달리 밤에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주방 — 요리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가 많은 공간이에요.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스킨답서스나 안스리움이 적합합니다.


화장실 — 암모니아 가스 제거 능력이 뛰어난 관음죽이 추천됩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화분 토양을 셀라지넬라 같은 지피식물로 덮어주면 같은 화분에서 공기정화 효과가 약 40% 증가한다고 해요. 화분 흙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면 이 방법도 한번 시도해볼 만합니다.



식물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실전 노하우


공기정화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몇 가지 포인트가 있어요.


양은 충분히.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공간 면적의 약 30% 정도를 식물로 채웠을 때 음이온과 습도 조절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납니다. 물론 일반 가정에서 30%를 채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방마다 2~3개씩은 배치하는 것이 좋아요.


빛이 잘 드는 곳에. 광합성 속도가 빨라야 오염물질 제거 능력도 올라갑니다. 다만 직사광선은 잎을 태울 수 있으니 밝은 간접광이 이상적이에요.


환기와 함께. 식물만으로 실내 공기질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상명대 김태한 교수도 “식물의 공기정화 효과는 실험실에서는 증명됐지만, 실제 생활공간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어요. 정기적인 환기와 함께 식물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요즘은 식물 바이오필터라고 해서 식물의 뿌리 부근 미생물을 활용해 공기를 정화하는 기술도 상용화되고 있더라고요. 일반 화분 대비 50~100배의 정화 효과를 낸다고 하니, 실내 공기질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전자파가 걱정될 때, 진짜 도움이 되는 방법


마지막으로 전자파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를 정리해드릴게요. 국립전파연구원의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합니다.


거리를 유지하세요. 가전제품으로부터 30cm 이상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전자파 노출은 크게 줄어듭니다. 전자파의 강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이에요.


사용 시간을 조절하세요.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끄고, 장시간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면 중 주의하세요. 잠잘 때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지 않는 것이 권장됩니다.


전자파 차단 스티커는 사지 마세요. 국립전파연구원 실험 결과, 전자파 차단 스티커를 부착하면 오히려 전자파가 더 많이 인체에 흡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최적화한 안테나 설계의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이에요.


2025년 2월 한국소비자원 발표에서도 시중 전자파 차단 표방 제품 7개를 검사한 결과, 자기장 차단율이 2~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리하며


“전자파 차단 식물”이라는 표현은 과학적으로 정확하지 않아요. 소형 식물로 전자파를 유의미하게 차단하는 것은 국립전파연구원의 실험에서 확인된 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식물을 놓을 이유가 없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식물은 전자파보다 훨씬 실질적인 문제 — 실내 공기 오염, 건조한 환경, 시각적 스트레스 — 를 해결하는 데 과학적으로 검증된 효과가 있습니다.


선인장 하나로 전자파를 막겠다는 기대는 내려놓되, 아레카야자나 산세베리아를 들여서 더 깨끗한 공기와 적절한 습도를 얻는 건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에요.


오늘 책상 위에 식물 하나 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전자파는 못 막아도, 하루 종일 모니터만 보던 눈을 쉬게 하는 데는 확실히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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