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7

스펙의 역설 (전하진 교수)

스펙의 역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스펙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어느 학교 출신인지, 어느 회사에 다니는 지가 그 사람을 대변한다. 마치 공장에서 생산되는 생산품처럼 학년마다 준비된 지식을 주입하고 시험을 통해 성적표를 매겨준다. 이 성적표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스펙이 되고 만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영어성적, 해외연수경험, 봉사활동경험, 대회수상경력 등 그 종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갖거나 좋은 배우자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쌓아야 하는 필수코스가 되어 버렸고 학생들은 이를 위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한 사회가 건강하려면 공평(Equity)해야 한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김조원 총장은 ‘우리 민족은 AD50년경부터 과거제도를 통해 공무원을 공평하게 뽑아 평민이상 누구에게나 기회를 제공한 세계 유일의 나라’라고 강조한다. 그 어떤 나라에서도 이처럼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는 선발제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누구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였다.

그러나 대기업의 공채시험제도가 사라진 이후 스펙과 면접에 의한 채용은 소득에 의한 불균형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절망을 키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젊은이가 봉사활동을 하거나, 경연대회에 참가하여 수상경력을 쌓거나,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스펙에서 뒤처지고 만다. 지방대라는 이유로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게 된다면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스펙은 부자 집 자식과 가난한 집 자식이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외연수를 다녀온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영어실력이 같을 수 없다. 오죽하면 할아버지의 재력과 아버지의 무관심 어머니의 정보력이 대학을 들어가는 3대 요소가 되고 말았을까.

결국 일류대에는 저소득 학생이 갈수록 줄어들고 기업에서도 이런 불공평한 인재등용이 계속되면 사회적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공평하지 않은 사회가 오래 지속 될 수 없으며, 불공평에 의한 기회박탈은 폭동이나 반란의 불씨가 된다.

시험제도 역시도 인성 등을 파악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마트시대로의 급격한 진입 속에 이런 인성이나 사회성을 면밀하게 장기간에 걸쳐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이런 인프라를 활용하면 굳이 스펙에 의존하지 않더라고 보다 공평하게 개인의 재능과 실력 그리고 인성과 사회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더 이상 스펙에 의존하지 않는 제도적 보완으로, 이 사회 젊은이라면 누구나 오로지 자신의 재능과 실력만으로 평가받는 공평한 인재등용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그 어떤 것보다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가 아닌 가 생각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추구하며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전 하 진 (Jhun Ha 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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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A 인재개발원 대표 ( www.SERAcampus.com )
아시아디자인센터 이사장 (www.adckor.com)
서강대,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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